[기자의 눈/이헌진]中누리꾼 “대만의 민주적인 선거가 부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 인터넷은 대만의 선거제도를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현재 유세가 한창 진행 중인 대만의 대선에 대해 중국 유명작가인 커윈루(柯雲路) 씨는 “대만 대선은 ‘중국인’은 인종과 관계없이 민주적일 수 있고 선거는 민중의 얼굴빛을 봐야 한다는 것, 민주는 다당제가 경쟁하는 것이지 일당제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요식행위인 공산당의 관제 선거와 일당독재를 꼬집는 말이다. 커 씨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남긴 이 글은 그의 팔로어 124만 명에게 전달됐다.

크게 증가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에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만에 대한 접근이 한결 쉬워지면서 대만의 민주 선거제도가 전례 없이 중국인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특히 3일 열린 대만 총통 후보 3인 간의 TV 토론회는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주한 대만대표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한 중국 누리꾼은 “각 후보가 대만인들을 ‘동포’나 ‘국민’으로 부르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국민은 지도자를 ‘링다오(領導·이끄는 사람)’로 부르고, 지도자는 국민을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인)’이라 부르는 데 반해 대만에서는 호칭 자체에서 평등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후보 간 TV 토론 영상도 인기다. 악명 높은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인 중국 정부의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을 우회 프로그램으로 돌파한 누리꾼들은 생중계로 토론을 지켜봤다. 토론을 지켜본 한 누리꾼은 “지도자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되는 경우에만 중국에도 민주주의가 싹틀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선거 분위기를 몸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대만을 찾는 중국인들도 있다. 11월 대만에 입국한 중국인은 사상 최초로 16만 명을 돌파했다. 홍콩 야저우저우칸(亞洲週刊) 최신호는 이들은 쇼핑몰을 찾기보다는 호텔에 머물며 대륙에서 볼 수 없는 정치 관련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보도했다. 아예 여행 일정을 바꿔 유세 현장을 찾아 대만인들과 함께 “당선”을 외치는 중국인들도 있다. 또 관광 가이드와 대만의 선거제도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기층인민대표(구의원급) 선거’가 진행 중이다. 조용히 치러지고 있는 이번 선거에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후보’가 전례 없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인들의 풀뿌리 민주의식도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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