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전북도교육청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를 부결시켰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의원들조차 학생인권조례가 초래할 교육 붕괴를 염려한 것이다. 오로지 학생의 인권만 강조되고 책임과 의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나치게 기형적인 학생인권조례는 이제 명분을 상실했다.
전북도의회는 지속적인 교칙 위반 및 학습 방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벌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될 수 있고, 학생 지도에 대한 교원들의 무관심을 유발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함은 물론이고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칙 및 생활규정과 중복되는 인권조례 조항, 학생 폭력 및 생활지도를 위한 소지품 검사 제한 조항, 그리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집회 참여권 보장 조항, 생활지도담당관과 중복되는 학생인권옹호담당관, 5년 동안 32억8130만 원의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학생인권교육원 조항 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교총을 비롯한 교육계가 누누이 주장했던 학생인권조례의 폐단과 동일하다. 한마디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정서에 상반되며 교육의 본질에 위배된다는 것이 전북도의회의 기본 입장인 셈이다.
이제 조만간 서울시의회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제출한 학생인권조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에 상정된 조례안은 다른 시도의 조례안보다 독소 조항이 훨씬 더 많다. 조례안은 동성애 조장, 교내 집회 허용, 종교교육 금지, 체벌과 소지품 검사 금지 등 교육 실상과는 동떨어진 조항이 대거 포함돼 있어 심각하기 짝이 없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 붕괴의 가속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죽했으면 교총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가 인권조례 저지 투쟁연대를 결성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겠는가.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보듯 교권침해 사건이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생 징계대장을 기준으로 한 교권 침해 현황을 보면 올 1학기에만 총 1795건이 발생해 최근 5년간 교육청에 보고된 교권 침해 현황을 모두 합친 수치인 1214건을 훌쩍 뛰어넘었고, 그중 39%가 2010년 11월 체벌 금지를 지시한 서울지역에서 발생했다.
현재 상황도 이러한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공포되면 정당한 교육이나 생활지도조차 ‘체벌 금지’ 운운하며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여 학생 통제가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는 마약과 같은 존재라 조례 내용과 관계없이 조례를 맹신하고 교사를 폭행하거나 우습게 보는 경향을 짙게 한다는 것이 인권조례가 이미 시행된 경기지역 한 교사의 증언이다. 학부모와의 분쟁도 마찬가지다. 교총에 접수된 사례가 예년에 비해 몇 배로 증가한 것을 보면 인권조례의 영향이 무관하다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보자. 교육벌까지도 금지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제가 안 된다. 특히 중학교 교사들의 하소연이 심하다. 극소수의 문제 학생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단 하루만이라도 학교에 가서 황폐화된 학교의 실상을 두 눈으로 봐야 한다. 전북도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또 거울로 삼아 학생인권조례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명분만 앞세운 학생인권조례는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이제 서울시의회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조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학교 붕괴, 교권 추락의 주범이 될 것인지, 아니면 부결시킴으로써 교육의 본질 회복에 앞장서는 교육 희망이 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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