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95만 kW를 생산하는 원전 2기가 동시에 고장을 일으켜 예비전력률이 8%까지 떨어지면서 겨울철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동이 중지된 2기를 포함해 정기 정비에 들어간 울진 4호(100만 kW), 5호(100만 kW) 및 월성 5호(70만 kW)를 합치면 21기의 원전 가운데 5기가 멈춰 섰다. 울진 1호가 어제 정상 가동에 들어가 급한 불은 껐지만 기온이 떨어져 전력 소비가 더 늘어난다면 긴급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정부는 강추위가 예상되는 1월 2∼3주에 예비전력이 53만 kW까지 떨어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100만 kW급 원전 1기만 멈춰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일어난다. 올여름 잠깐의 블랙아웃에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양어장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한겨울 정전대란은 재앙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고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상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전력 최대 수요(피크타임)가 여름철에서 겨울철로 바뀐 만큼 원전의 정비 시기도 한겨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원가에 못 미치는 왜곡된 전력요금 체계가 전력 과수요를 부르는 근본 요인이지만 올해 전기요금을 두 차례에 걸쳐 9.7% 인상한 터라 또 인상하기는 어렵다. 전력 공급의 어려움은 피크타임에 있다. 평소에는 전력이 남아돌지만 냉난방 수요가 몰리는 한여름과 한겨울이 되면 전력 소비가 급증한다. 절전 운동으로 피크타임만 잘 넘길 수 있다면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올여름 원전의 절반 이상을 멈추고도 당초 목표했던 절감량(15%)을 넘어선 22%를 절감했다. 폭염에도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한 국민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력 낭비를 줄여야 한다. 행인도 없는 쇼윈도에 밤새 불을 켜두거나 난방용 히터를 켜고 직원들이 반팔 차림으로 일하는 곳도 있다. 정부는 계도 기간을 끝내고 어제부터 본격적인 난방 온도 및 네온사인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이전에 국민 스스로 전기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피크타임을 해마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력요금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는 수요 관리와 함께 전력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 안전성 강화를 전제로 원전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원자력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현재로선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