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이영]세계로 뻗는 서울시향, 퇴보하는 KBS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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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조이영 문화부 기자
조이영 문화부 기자
“그렇게 어려운 대곡을, 요즘 KBS교향악단이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망신만 사는 거 아닙니까?”

14일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며칠 전 음악팬인 한 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악단은 15일에 이어 16일 정기연주회에서 함신익의 지휘로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1000명 가까운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천인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난곡이다.

마침 서울시향도 정명훈의 지휘로 1주일 뒤인 22일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향 공연은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됐지만 KBS교향악단은 10월 단원들이 함신익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정기연주회에 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열음이 불거진 뒤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 악단의 불협화음은 아직 진행형이다. 특히 KBS 측이 내놓은 내년 1월 오디션 안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단원 평가 제도가 없었던 KBS교향악단은 최근 오디션을 통한 ‘삼진아웃제’를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회사 측은 지난달 6일 수석 연주자 9명에게 오디션 관련 설명회를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전체 단원 대상으로 다시 설명회를 열었지만 단원 90여 명 가운데 6명만이 참석했다. KBS교향악단의 한 단원은 “평가 거부가 아니다. 지휘자로서 자격 미달인 상임지휘자와 회사가 이를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오디션 성적을 들어 ‘자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 차례 평가 뒤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설명조차 듣지 않겠다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혜택만 누리고 노력은 않겠다는 특권 의식의 발로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연습이 제대로 되겠느냐. 말러 교향곡 8번을 두 차례 연주하는 데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은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며 오랜 경쟁 관계를 이뤄왔다. 그러나 이제는 연주회 객석 점유율부터 차이가 크다. 서울시향은 ‘카라얀의 음반사’로 불렸던 도이체그라모폰과 계약하며 세계로 도약하고 있지만 KBS교향악단은 침체 속에 불화만 커져가고 있어 팬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깊다.

서울시향의 결실은 ‘마법’이나 ‘기적’이 아니었다. 지휘자의 역량과 안정적 재원 확보도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단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오디션을 통한 경쟁이 오늘을 있게 했다. 악단의 존재이유는 객석이 말해준다는 사실을 KBS교향악단은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조이영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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