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은행이 15년 만에 특성화고 출신 직원을 선발한 후 고졸 채용의 훈풍이 각계로 불었다. 은행의 경우 고객들은 밝은 얼굴의 앳된 고졸 창구직원을 대견하게 바라보고, 인사담당자도 특성화고 채용을 상반기로 앞당겨 현장 적응을 돕겠다는 태도다. 이에 부응해 특성화고도 기업 요구를 반영해 실무형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특성화고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직업탐구 응시자가 전년보다 줄었다. 특성화고 취지와 달리 10명 중 7명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던 행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부도 특성화고를 위한 대학의 정원 외 특별전형에서 졸업 직후 동일계열 대학에 가는 비율을 줄이고, 졸업 후 3년 이상 근무한 뒤 대학에 가는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런 변화는 실무 중심의 고교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취업을 활성화하고, 대학에 가더라도 현장 경험에서 얻은 구체적 목표의식을 토대로 공부하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식기반 경제에서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화와 기술 진보에 따른 시장과 직업세계의 급변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입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이후 고학력 백수로 방황하는 청년을 양산하는 시스템보다는 학력보다 경력을 중시해 일찍 현장경험을 쌓게 하고 유연한 학제에서 평생학습을 하게 장려하는 시스템일 것이다.
문제는 특성화고 출신을 비롯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그들의 시선에서 마땅찮다는 점이다.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10명 중 대기업 근무자는 1명 남짓이고, 1명은 중견기업, 나머지 8명가량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1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 공기업, 대기업에 쏠려 있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2∼3%대로 자영업보다 선호도가 낮다.
일자리에 대한 선호의 편중은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교육경쟁이 근원이다. 절대 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이 경쟁은 예전의 전문계고 등 직업교육 트랙의 유명무실화와 학력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금융권과 일부 대기업의 고졸 채용 움직임은 대졸자가 차지한 고졸 일자리의 부분적 환원으로, 그 의미와 함께 한계도 분명하다. 환원된 일자리는 소수에 불과하고, 고졸이든 대졸이든 대다수 청년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중소기업 등 그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장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공존하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다양하다. 구직자와 구인자 간에 쌍방의 정보가 원활히 유통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 청년층의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다.
다른 중요한 것은 없을까. 우리는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찍 현장에서 일해 보고 싶은 중학생도 특성화고를 선택하지 못하고,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서 뜻을 펴보고 싶은 청년도 취업 준비는 대기업에 맞춰 하고, 부모는 자녀의 적성보다 주변 입방아에 신경 쓰며 진로 선택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선 취업, 후 진학’ 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고용주로서 채용기준이 이에 적합한지 점검해야 한다. 일례로 국내업무가 대부분인 공기업이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보다 높은 토익점수가 필요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학벌이나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쌓은 스펙보다 현장경험과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채용관행의 도입에 정부부터 앞장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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