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2월 19일 밤이면 18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오늘부터 꼭 366일 남았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의 막이 오르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함께 실시되는 해다. 1992년에 이어 20년 만에 정부와 의회 권력이 동시에 국민의 심판대에 오른다.
동아일보가 대선 D―1년(366일)을 맞아 여야 정치권 등 각계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복지와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 문제가 내년의 대표적 시대정신으로 꼽혔다. 양대 선거의 해에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복지를 확대하는 일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지는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시한폭탄은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방심하다간 위기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내년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58개국에서 정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리더십이 요동칠 것이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해 안보 불안이 우려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리더십도 내년에 변화의 기로에 선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남 탓이나 하고 있기에는 글로벌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차분하고도 치밀한 외교적 대응능력과 비전을 보여주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해 ‘이명박당’에서 ‘박근혜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친박(親朴)계가 계파를 해체하고 공천에 불개입한다고 선언했지만 당의 화합을 이루고 실질적인 체질의 변화로 나아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야권에선 민주당과 친노(親盧)세력이 손잡은 민주통합당이 출범한다. 민주통합당은 2007년 8월 범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실정(失政) 책임을 피하고자 열린우리당 대신 급조한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두 글자만 빼면 이름이 같다. 4년 전에 매서운 심판을 받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닌가.
여야 간 쇄신과 통합의 경쟁이 쇼에 그치고 국민의 공감을 사는 변화를 동반하지 못한다면 두 선거에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기성정당에 대한 국민 불신을 드러낸 안철수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휘몰아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민생을 살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측근은 물론이고 친인척의 비리 의혹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사정 총수였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내가 열 받아서 다 까버리면 국정운영이 안 된다”고 협박성 발언을 할 정도니 대통령 주변에서 어떤 대형비리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친인척 비리는 없을 것이라던 이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무색해지기 시작했다. 아들과 친인척 및 측근비리가 쏟아져 나와 식물 대통령이 됐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악몽이 재현된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이 대통령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친인척 비리를 자진해 잘라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