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미경]유럽 금융위기 커질수록 높아만가는 ‘대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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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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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이달 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기파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제목은 대처 전 총리가 재임 시절 불렸던 별명인 ‘철의 여인(The Iron Lady)’.

치매를 앓고 있는 대처 전 총리의 병고(病苦)를 과장하고 희화화했다는 논란으로 더 유명해진 이 영화가 아니어도 대처는 요즘 서방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름이다. 최근 유로존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그가 집권 시절 세상에 지켰던 원칙들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어느 누구도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대처 전 총리라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철의 여인은 어떻게 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이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지금 ‘대처 노스탤지어(향수)’가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처는 총리 재임 11년 동안 철의 여인으로 군림했지만 언제나 자신이 가정주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국가경제가 고도로 복잡하지만 결국 가정경제와 동일한 원칙하에 운영된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아서는 안 되며 ‘비 오는 날(긴급 상황)’에 대비해 비상금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같은 기본적인 가정 재무관리 원칙에 기초해 1970년대 영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과도한 예산 지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최근 유럽 위기의 시초가 된 금융기관들의 부실 대출 사태에서 대처 전 총리가 남긴 메시지의 소중함은 더욱 빛난다.

대처 전 총리가 다시금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통합의 효율성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다. 자유시장 신봉자였던 그는 유럽통합 회의론자였다. 그는 재정적 결속이 또 하나의 거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로존 설립에 반대했다. 최근 EU 정상회의가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27개 회원국에 대한 더 큰 규제만 낳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합이 가져올 ‘초대형 국가통제주의(mega-statism)’를 우려했던 대처 전 총리의 선견지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1990년 대처 전 총리가 물러날 당시 그의 주장은 베를린장벽 붕괴와 강력한 유럽 통합 분위기 등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유럽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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