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고교 학생은 자유롭게 머리를 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복장에는 제한이 있다. 교내에서 교사가 지시하면 모자를
벗어야 한다. 학교가 교복을 정하면 반드시 입어야 한다. 교복이 없는 학교에서도 비속한 표현이나 술 담배 같은 광고가 들어있는
옷은 입을 수 없다. 교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보장된다. 다만 집회를 학과 시간 중에 열 때는 교장이 미리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학교는 ‘합리적 의심’이 들 때는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사를 거부할 수
있다.
▷체벌에 대해서는 주마다 규제가 다르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은 주에 관련법이 없는 경우 체벌은 잔인하고
상궤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가능하다는 쪽이다. 매사추세츠 주 등 20여 개 주는 체벌을 금지하는 주법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주는
그렇지 않다. 체벌을 금지하는 주도 학생의 규정 위반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상세한 징계 규정을 둠으로써 체벌금지에 따른 교수의
학생지도권 약화를 보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어제 경기도와 광주시에 이어 세 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채택했다.
교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조례에는 없던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위하는 낯선 풍경도 연출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학교 운영을 방해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시위여서는 안 된다. 동성애 차별 금지는 옳지만 사회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라 배우는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두발을 자유로 하는 대신에 복장은 학칙으로 규제할 수 있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빨간색 파란색으로 머리 염색하는 것 정도는 개성으로 존중해 줄 만하다고 본다.
▷체벌금지는 학칙 위반에
대한 징계 규정이 자세하지 않고 퇴학 같은 징계가 쉽지 않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이른 감이 있다. 소지품 검사도 ‘학생 동의’를
먼저 요구하면 폭력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 휴대전화 허용까지 조례가 강제하는 것은 황당하다. 휴대전화가 도대체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구미(歐美)에서는 많은 학교가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휴대전화는 조례로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