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입에서 수시모집에 70회까지 지원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무제한 수시지원 때문에 시간과 전형료를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고교 3학년 2학기 내내 원서접수, 면접 등으로 학생들이 자리를 비워 제대로 된 수업이 어렵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7월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수시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대교협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시 지원 횟수를 5회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환영한다고 밝혔다. 수시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대교협이 발표한 대입전형 기본계획에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은 1년 전에도 똑같았다. 대교협은 지난해 3월에 “2012학년도부터 수시 지원 횟수를 5회로 줄여야 한다”며 공청회를 열었다. 이때도 학생, 학부모들은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대학 측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같은 방안이 두 번이나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지방대의 반발 때문. 이 학교들은 “지원 횟수를 제한하면 수도권 대학에 지원자가 몰려 지방대가 불리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교협이 회원 대학의 반발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수시 지원 횟수 제한은 유야무야됐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도 수험생들의 과다 지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대교협은 내년 입학전형 계획을 11일 발표하면서 같은 카드를 다시 꺼냈다. 20일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달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대교협의 계획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무제한 지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때마다 수시 지원 횟수를 제한하겠다고 나섰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결론을 낸 적은 없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3 교실의 수업 파행도 문제이지만 경제적 형편에 따라 지원 횟수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이 소신 지원보다는 ‘아무거나 걸려라’라는 생각으로 지원하는 경향도 부채질하고 있다.
전국 1500여 명의 진로진학상담교사 모임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공청회 전날인 19일 성명을 내고 수시 응시 횟수 제한을 재차 촉구했다. 이번만은 결론을 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대교협은 이미 두 번의 거짓말을 한 ‘양치기 소년’이다. 회원 대학의 이해관계보다는 학생, 학부모를 위해 수시 제도를 개편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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