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홍금]인류 번영에 기여할 남극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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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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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금 극지연구소장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일행이 14일 남극점에 있는 미국의 아문센스콧기지를 방문했다. 일행 중 일부는 100년 전 로알 아문센 일행의 탐험 루트를 재현하기 위해 스키를 타고 남극점 기지에 도착해 인류의 남극점 도달 100주년 기념행사를 펼쳤다. 1911년 12월 14일은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해 새로운 남극 지도를 완성한 순간이다. 이것은 인류의 관심을 남극으로까지 확대하는 역사적 계기가 됐다. 또한 아문센이 남극을 단순히 정복의 대상으로 여긴 데 반해 뒤늦게 도착한 영국 로버트 팰컷 스콧은 “우리가 남극을 탐험하는 이유는 오직 남극 연구를 위해서다”라는 일기 속 글귀처럼 연구 대상으로 남극에 의미를 두었다.

필자는 남극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도달 100주년을 기념해 남극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의 남극 연구 성과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남극은 대기권, 지권, 수권, 빙권, 생물권 등 기초과학을 육성할 수 있는 천연의 과학 실험장이며, 지구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 변화 현상이 크게 나타나는 곳이다. 남극 퇴적물과 빙하층에는 과거에 일어났던 지구 환경, 생태계 변화의 흔적이 그대로 간직돼 있어 이를 복원하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미래기후를 예측해 대비할 수 있다. 또한 남극에는 우리나라에 부족한 막대한 지하자원과 생물자원, 수산자원이 있으며 남극 생명체들이 영하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형성하는 결빙 방지 물질, 저온 효소, 자외선 피해 완화 물질 등도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남극 탐험 역사에 비해 무척 짧은 남극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극 연구는 1978년 남빙양 크릴조업을 시작으로 1988년 남극반도 킹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 건설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이후 2002년 북극 스피츠베르겐 섬 니알슨에 다산과학기지를 세웠고, 2009년 60여 종의 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건조했다. 또한 2014년을 목표로 남위 74도에 남극대륙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위 62도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심도 있는 남극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빙하 시추와 운석 탐사기술 개발과 함께 우주, 천문, 고층 대기 분야에서 다학제적 융복합 연구를 함으로써 남극대륙 기반 연구가 크게 발전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세종기지의 세계기상기구 기후변화관측소 등록을 비롯해 혈액, 정자, 난자 등의 냉동 보전에 이용할 수 있는 결빙방지물질 발견, 북극 진동과 북반구 한파와의 연관성 조명, 남극해 지질탐사를 통한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인 가스수화물 매장 지점 발견 등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남극 연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남극조약에 따라 각국의 영토권 주장을 유예했는데도 현재 남극에서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를 비롯한 총 29개 국가가 40개의 상주 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극지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강화하면서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의 남극이 단순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정복의 대상이었다면 현재의 남극은 우리의 실생활,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된 연구의 대상이 됐다. 아문센과 스콧이 세계 남극 역사에 한 획을 그었듯 우리나라도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심도 있는 연구 활동으로 인류 번영에 기여하고 극지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해 세계 극지연구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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