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시정잡배 눈높이”의 판사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판사의 보수와 대우는 공무원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년 동안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예비판사는 3급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 사무관부터 시작하는 일반 공무원은 3급까지 승진하려면 10∼20년이 걸린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재판하고 재판 결과가 잘못돼도 문책당하지 않는다.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판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파면도 할 수 없다.

▷판사가 특별대우를 받는 만큼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건 당연하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의 품위 유지(제2조), 공정성 및 청렴성(제3조), 정치적 중립(제7조)을 요구한다. 직무의 성실한 수행을 위해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항도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고 판사의 신뢰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일부 판사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사회적 이슈에 관한 개인 의견을 무절제하게 표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최은배 판사)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각하를 엿 먹인다는 뜻)’(서기호 판사)가 대표적이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트윗에서 본 신종 라면 2가지”라면서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품위와는 거리가 먼 ‘나꼼수’ 수준이다. 이 판사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에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할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관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의견 표명을 할 때 자기 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사들의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의 언행을 보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질 미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자제만 호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특권과 개인적 자유를 모두 누릴 수는 없다”면서 “법관징계위원회에 넘겨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