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모여 만든 통합진보당이 내년 1월 창당대회 국민의례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기로 했다. 민노당이 주도한 좌파 통합정당의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민노당은 2000년 창당 이후 공식행사에서 태극기에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국민의례를 한 적이 없다. 대신 민노당기를 걸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에 대한 의례(儀禮)가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민노당 강령(올해 6월에야 삭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통합진보당에선 태극기를 게양하고 경례도 한다니 그나마 진일보한 면은 있다. 국민참여당이 집권 전략 차원에서 국민의례를 받아들이라고 민노당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애국가 제창은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2003년 16대 국회 등원 직후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군사 파시즘과 일제의 잔재”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례가 남용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
▷2007년 2월 스페인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 스페인에서 살았던 데다 마침 6자회담 타결 소식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진 노 대통령이 애국가 제창을 제안했다. 작년 5월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노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때는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어 불렀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관한 10·4 남북정상선언 3주년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만 불렀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은 ‘남북교류협력을 위하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묵념’으로 대체됐다.
▷작년 10월 대통령훈령으로 제정된 ‘국민의례 규정’은 국민의례에서 애국가 제창이나 연주를 생략하는 ‘약식 절차’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 창당대회는 국민의례를 약식으로 치를 만큼 시간에 쫓기는 행사가 아니다. 국가관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듣던 민노당원들이 새 지붕 아래서 애국가를 4절까지 힘차게 부르기로 했다면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민노당은 새로 당을 만드는 마당에 보다 열린 사고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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