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도중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는 종북(從北) 성향 인터넷 카페의 운영진이었다. 김 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문화의 향’ 카페에서 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부터 첫 화면에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김정일 동지를 추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김정일의 사진을 다수 올려놓았다. 이 카페는 작년 8월에 만들어졌고 회원은 약 240명이다. 김 씨가 이런 카페의 운영자 중 한 사람이니 ‘김정일 숭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카페는 올라 있는 글들을 보면 한눈에 종북 카페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일생을 제국주의와의 투쟁으로 가시밭길을 걸으며 인민들을 위해서 고생하셨는데…주체와 선군의 사상 영원하여라” “북녘의 슬픔은 곧 남녘의 슬픔입니다” “한없이 숭고한 민족애, 철석의 통일의지를 지니시고…” 같은 찬양 일색의 글들이 올라 있다. 김 씨가 어떤 의도로 FTA 반대 시위에 나섰고, 공권력을 짓밟는 행동을 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 카페 자유게시판에는 김 씨와 관련해 카페지기가 쓴 ‘종로서장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거짓말을-우리 카페 운영진 김○○님 소식입니다’ ‘김○○ 선생 12월 16일 유치장에서 발표한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 있다. 육성 녹음 파일로 된 이 성명서에서 김 씨는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도 “서장의 모자를 뺏으려 했을 뿐 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10분의 1 속도로 재생하자 김 씨의 손이 서장의 모자에 닿는 순간 충격으로 서장의 상체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 확연했다. 김 씨는 서장의 머리를 세 차례나 가격했으면서도 모르쇠로 버텼다. 잡아떼기만으로는 빠져나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던지 뒤늦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구속됐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은 김 씨를 제쳐두고 폭행 피해자인 경찰서장에 대해 ‘자작극’ ‘폭행유도극’ 운운하며 직권남용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당(公黨)의 자세가 아니다. 김 씨가 종북 카페 운영자로 드러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