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흔들리는 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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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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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회의 특유한 신분제도인 카스트(Caste)의 기원을 둘러싸고는 여러 학설이 있다. 기원전 1300년경 아리아인이 인도에 침입해 선주민(先住民)인 드라비다인과 문다인을 정복하면서 생겨났다는 설이 우세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배계급은 사제(司祭)인 브라만과 귀족·무사인 크샤트리아로, 피지배계급은 바이샤(농민·상인)와 수드라(노예·수공업자)로 분화했다. 이들 4개 신분 외에 하리잔이나 달리트로 불리는 불가촉(不可觸)천민이 피라미드식 신분구조의 최하층을 차지한다.

▷전통적 카스트관(觀)에 따르면 높은 신분에 속하는 사람은 낮은 신분인 사람 곁에만 가도 부정(不淨)을 탄다고 인식한다. 계급이 다른 남녀의 결혼은 금지됐고 직업은 세습됐다. 카스트는 인도 사회의 안정성을 높인 효과는 있었지만 애국심이나 애향심을 가로막고 사회를 정체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컸다. 인도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법률상으로는 차별적 신분제를 철폐했지만 사회관습으로 깊게 뿌리 내린 잘못된 의식을 없애기는 쉽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되는 영자지(英字紙)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3000년 이상 인도를 지배해온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빠른 경제성장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립 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했던 인도는 1991년 자유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적 선택을 한 뒤 경제가 급속히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불가촉천민을 포함해 하층계급 출신자 중 기업가 정신과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신분제가 흔들리고 있다. 카스트의 유산과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다.

▷경제적 변화가 사회의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조선왕조 때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이다시피 했던 ‘반상(班常)’ 제도는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 건국 후 60여 년을 거치면서 무너졌다. 전쟁 그리고 토지개혁 및 경제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코끼리’로 불리는 인도는 중국과 함께 21세기 세계 질서 재편에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는다. 인도가 카스트의 족쇄에서 벗어나 능력 위주 사회로 바뀐다면 경제 도약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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