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망을 계기로 심근경색증과 뇌중풍(뇌졸중)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세기 인류는 치료약이 없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의학의 발전과 고령화사회 진전으로 질병의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이 아닌 당뇨병 고혈압 심근경색 뇌중풍 같은 만성질환의 발병률과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9월 유엔도 심뇌혈관질환, 만성폐질환, 각종 암(癌)과 같은 만성질환 퇴치를 21세기 새로운 보건 목표로 설정했다. 유엔의 새로운 보건 목표 설정은 2001년 ‘에이즈 퇴치’ 이후 10년 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5년 만성질환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질환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는 35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모든 감염병에 의한 사망, 모성 사망, 주산기 사망, 영양 결핍에 의한 사망을 모두 합한 수의 2배를 넘는다. 특히 만성질환 중에서도 심근경색 및 뇌중풍 같은 심뇌혈관질환이 사망 원인 1위로 사망자는 1753만 명에 이른다. 이는 2위인 암으로 인한 사망자 759만 명의 2배를 넘는 수치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이 각각 2, 3위를 차지해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원인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비만과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이는 육체노동이 아닌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증가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평상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전문 학회와 함께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을 개발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 개선,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정기적인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 측정 등으로 생활습관 개선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선행돼야 할 필수 항목이다.
두 번째로 생활습관 개선에서 더 나아가 환자 스스로 만성질환의 심각성을 깨닫고 예방제나 치료제를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한국의료패널에서 국내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질환자 10명 중 2명은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유는 절반 이상이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라고 한다. 사소한 이유지만 결과의 차이를 낳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약을 용법과 용량에 맞춰 제대로 복용하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려면 환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의사 약사의 복약지도, 약을 잊지 않고 복용하게 도와주는 도구나 포장의 개발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뇌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며 임의로 약물을 변경하거나 복용 중단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의사 및 약사의 지시에 따라 고혈압이나 당뇨병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질병 치료의 효과 저하는 물론 예기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약물 복용 중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 이후의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비만, 고령 등의 위험요소가 있으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의와 상담해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예방제를 복용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은 ‘21세기판 페스트’로 불린다. 따라서 그 심각성을 개개인이 스스로 자각해 생활습관 개선부터 예방제 복용, 적절한 치료 등 적극적인 대처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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