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도금업체 연일하이피의 작업장에는 뿌연 연기나 화학약품의 독한 냄새가 없다. 직원이 조립 라인에 원재료를 걸면 자동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완제품이 나온다. 제품을 도금액에 담갔다 꺼내 바람에 말리는 재래식 공장과는 다르다. 같은 업종의 6개사가 465억 원을 투자해 최신식 첨단 공동생산시설을 만들어 활용한 덕분이다. 식당과 회의실 등 편의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폐수처리도 공동으로 해 경비를 대폭 절감했다. 피혁업체 작업장도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곳이 많지만 경기 반월공단의 해성아이다는 패션 업체처럼 꾸몄다.
주조 용접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도금)는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뿌리 산업’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산업들은 힘들고 위험하고 작업장이 더러워 3D 업종으로 통한다. 취업난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일하기를 꺼린다. 이런 악순환으로 뿌리 산업의 절반은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도 안 되고 10년 넘게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곳이 전체의 60%에 불과하다.
시화의 6개사처럼 공동 생산시설을 만들어 3D 요소를 추방하면 얼마든지 좋은 일터를 만들 수 있다. 이들도 얼마 전까지는 직원들의 퇴직이 잦아 생산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했지만 작업환경 개선으로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직장으로 변모했다. 일본 도금업체의 연구시설까지 입주해 생산성 향상도 기대된다. 뿌리 산업의 3D업체들은 “젊은이들이 오지 않는다”는 한탄에 앞서 작업환경 개선에 힘쓸 필요가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작업환경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바꿔주는 ‘클린(clean) 사업장’ 지원 사업을 2001년부터 해오고 있다. 쭈그려 앉아 일하던 곳에 작업대를 설치하고 공장 바닥에 노란 안전선을 긋는 등 현장 개선 경비를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사업장 정비만으로 산업재해가 줄고 생산성은 높아져 고용증가 효과를 내고 있다. 공단은 내년에 8000여 개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종업원 10인 미만의 영세소기업에 대해서는 경비지원을 더 해주고 지원금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