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은 김치를 담거나 음식을 만들 때 필수로 들어가는 양념이다. 양념 이외의 용도로는 꿀에 재어 절편으로 먹거나 생강차를 끓여 마신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감기 몸살로 오한을 느낄 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로는 생강차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옛날에는 생강을 약재로도 많이 활용했다. 인삼 못지않은 약으로 여겼는데 ‘승정원일기’ 고종 27년의 기록을 보면 생강차를 인삼차보다 더 귀하게 취급하고 있다. 청나라에서 사신이 와 궁궐에서 연회를 준비하는데 승지들이 고종에게 어떤 차를 준비할지 묻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칙사를 접견할 때 임금의 상에는 연한 생강차를 준비했고 사신의 상에는 인삼차를 내놓는다”고 전례를 설명한다. ‘영조실록’에는 임금이 재상인 홍봉한에게 차를 대접하는데 아래에서 인삼차를 준비하겠다고 하자 영조가 생강차로 대신하라고 지시한다. 임금과 사신, 그리고 신하가 마시는 차의 격식을 달리했던 것이다. 그러니 왕이 마셨던 생강차가 인삼차보다 격이 한 단계 더 높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생강차는 지금도 약처럼 쓰여 감기 기운이 있으면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는데 조선에서는 생강차를 감기약으로는 물론이고 소화제로도 마셨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여행 도중 얼마나 심하게 체했는지 평소에는 생강차를 마시면 소화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효험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생강에 대한 서양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양 사람들도 생강은 약효가 좋은 의약품으로 여겼는데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발견한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생강이 훌륭한 소화제라고 가르쳤다. 피타고라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수학자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식물학자이기도 했으며 신비주의자였고 또 인류 최초의 채식주의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생강을 귀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양념으로 많이 쓰지만 과거에는 생강을 보고 하늘에서 신들이 먹는 식품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공자는 식사를 할 때 생강을 빼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공자의 말에 주자가 주석을 달았는데 생강은 신명(神明)과 통하는 음식으로 더럽고 불결한 것을 제거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생강을 하늘과 통하는 식품으로 여겼던 것은 아랍도 마찬가지다. 이슬람의 꾸란(코란)에는 천국의 축제에서 생강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온다. “알라가 말씀하시기를 생강을 넣은 음료수가 그들에게 주어질 것이며” “뜨거운 생강 음료수가 담긴 잔을 받은 자” “알라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선 자는 언제든지 그 잔을 마실 수 있으며….”(제76장 15∼17절)
심지어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생강을 먹으면 흑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생강의 약효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아랍의 상인들이 생강 무역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추와 마찬가지로 생강 역시 일반인은 구경도 할 수 없는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향신료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값비싼 향신료였으니 유럽에서는 생강을 정력제로도 여겼다. 영국의 헨리 8세는 흑사병도 예방하고 정력도 높일 겸해서 생강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헨리 8세는 결혼을 여섯 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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