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를 일컬어 살림한다고 한다. 그 살림이란 단어에는 가족을 살리는 것, 물을 살리는 것, 땅을 살리는 것,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살리는 깊은 뜻이 내포돼 있다. 어쩌면 지금이 여성의 지혜로운 손길이 가장 절실한 때가 아닐까.
일본의 원자로가 폭발한 후 방사능 위험 수치에 관한 경고가 나오는 걸 보면서 우리는 지금 가장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전기를 쓰지 않고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핵 사고와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사태는 우리에게도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위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불안을 안은 채 발전소를 세우고 거기에서 나는 전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름이면 어떤 집에서는 에어컨을 세게 켜 놓고 긴팔을 입고, 겨울이면 덥게 난방을 해 놓고 반팔을 입고 지낸다. 가정이나 회사, 관공서에서 그렇게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에너지가 1년이면 7조 원이라고 한다. 돈도 아깝지만 그런 과소비가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9월 전기를 과소비한 대가로 대한민국이 일시에 캄캄한 정전사태를 체험했다. 그러나 다음 날 서울 강남역 주변 상가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채 매장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또 며칠 전 날씨가 5도 안팎으로 내려가자 가게들이 전기스토브를 켜놓은 채 문을 열어 놓고 장사를 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꽉 막히는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신문에 ‘한반도 온난화 속도’라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우리나라 기후변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과거 100년간 진행됐던 변화가 앞으로는 10년 만에 급격히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폭염도 33도에서 크게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집중호우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여름 우리는 3개월 동안 계속 퍼붓는 빗속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 나날을 보냈던가. 만약 지금까지 그 비가 그치지 않고 쏟아졌더라면 쌀과 곡물은 물론 채소 과일 등 먹을 것이 거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을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두렵다.
발등에 떨어진 온난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 원전을 더 세우지 않고 지금 있는 것만으로 부족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기를 과소비하는 관공서나 회사에 벌금을 물리고, 가정에서는 여성이 앞장서서 세상 만물의 어머니가 돼 넓은 가슴으로, 지혜로운 손길로 모든 물건을 아끼되 특히 전기를 내 주머니의 돈을 아끼듯 스스로 아끼고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직장 동료에게 일깨워 주는 지혜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가치관은 잘 산다고 하면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하면 물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덜 만들까, 어떻게 하면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면서 적게 먹고 적게 쓰고 나 홀로 차 안 타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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