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대만의 한류 逆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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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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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대만이다.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의 류밍량 공보참사관에 따르면 1997년 대만 언론들이 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대만에선 한파주의보를 ‘한류(寒流)’라고 하는데 그해 한국에서 수입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자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류(韓流)’로 바꿔 불렀다는 것이다.

▷대만에는 가수 김완선이 1994년 진출해 선풍을 일으켰다. 김완선은 “어설픈 내 중국어 말투를 흉내 내는 유행이 대만 내에 퍼졌다”고 회고했다. 중국중앙TV(CCTV)가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방영해 중국에서 한류가 본격 태동된 시기가 1997년이므로 김완선은 한류의 개척자인 셈이다. 남성 듀오 클론(구준엽 강원래)도 1997년 대만에서 인기를 누렸다. 근육질의 강인한 인상으로 대만에서 ‘연예인은 미남(美男)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2010년 대만 TV들이 내보낸 한국 드라마는 162편에 달했다. 한 달 평균 13편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20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9월 우둔이 대만 행정원장은 “대만 TV 프로그램이 진부하고 모두 한국 드라마로 채워져 있다”며 한국 드라마 과잉을 지적했다. 최근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가 한국 드라마 방영을 자제할 것을 방송국에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한 드라마 채널의 경우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는 최소 1시간 이상 한국 드라마 이외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중국에서도 반(反)한류의 분위기가 여전하다. 지난해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이 유럽과 미국에서 열띤 반응을 얻어내면서 한류의 세계화에 바짝 다가섰지만 그와 비례해 한류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고조되고 있다.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만큼 상대방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해법이다. 문화 수출이 일방적이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은 지 올해로 20년이 된다. 좀 더 활발한 문화적, 인적 교류를 위해 우리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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