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복이 자랑스러운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1년 전 ‘아덴 만 여명작전’을 기억한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지 6일째인 2011년 1월 21일 새벽.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최영함은 숨 막히는 교전 끝에 석해균 선장 등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해냄으로써, 국민이 위험에 처할 때 목숨 걸고 지켜주는 국군이 우리 곁에 있음을 강렬하게 일깨웠다. 그날 최영함 사격통제관으로 작전 성공을 이끈 김성호 소령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회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군인 경찰 소방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Men In Uniform)’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보와 질서를 수호하는 ‘국가의 살아 있는 주춧돌’이다. 나라의 부름에 어디든 달려가고,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으면 용감하게 뛰어들며, 자신의 목숨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발 뻗고 잔다. 선진국에도 우리 도시들처럼 밤늦게 안심하고 여자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MIU에 대한 고마움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 개선문 아래에는 전쟁에서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다. 샹송과 와인을 즐기고, 샹젤리제의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것도 이들의 희생 덕분임을 프랑스인은 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유해가 본국에 운구될 때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찾아가 부동자세로 경례함으로써 최고의 예를 다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MIU의 애국심을 우러르고, 예우와 보상을 제대로 하는 나라여야 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비뚤어진 역사관에 사로잡혀 MIU의 권위마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헐뜯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면에는 더 많은 국민의 피와 땀, 그 가운데 MIU의 노고가 있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정의’인 양 호도하면서 MIU를 흉기까지 이용해 공격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화재 현장에 인명 구조를 위해 달려갔다가 장애를 입고도 다시 소방서로 돌아온 김응군 소방교와 김형수 소방위에게는 ‘영예로운 제복상’ 노블레스상이 수여된다. ‘뼛속까지 소방관’인 이들처럼 국민이 아직도 모르고 지나치는 자랑스러운 MIU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제복 입은 사람들을 존경하는 사회, 제복 입은 사람들이 긍지를 느끼는 나라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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