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김정은 狂氣의 탈북자 총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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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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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인 작년 12월 31일 북한군이 탈북하려던 주민들을 사살한 사건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모습을 예감케 한다. 북한군은 양강도 혜산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려고 압록강을 건너던 40대 남성 3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퍼부었다.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이들은 그대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체제를 잘못 만난 것 말고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21세기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런 반인륜(反人倫) 집단이 그 수괴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고 한국 정부를 ‘패륜’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언어도단이요, 적반하장이다.

▷주민 사살은 김정은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바로 다음 날 일어났다. 소식은 곧바로 인근에 퍼졌다. 중국 소식통을 통해 북한 주민의 죽음을 확인한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북한 당국이 공포심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민들에게 전파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군은 탈북 방지용 지뢰도 매설하기 시작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함경북도 무산에 배치된 대대급 부대가 2일 두만강 유역 국경에 지뢰를 묻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작년 하반기부터 강화했다. 김정은은 작년 6월 주민 9명이 소형 선박을 타고 남한으로 탈출하자 “탈북자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는 “탈북자가 발생하면 3족(族)을 멸하라”고 강도를 높였다. 이런 위협 때문에 두만강과 압록강을 통한 탈북 시도가 한동안은 줄겠지만 인간답게 살려는 북한 주민의 사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핵 폐기를 위한 9·19 공동성명에 합의하고(그것도 거짓 합의였다),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것을 들어 통 크게 행동하는 ‘광폭(廣幅)정치’를 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했거나 하기 시작한 정치는 북한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해 자신들의 안전만 지키려는 ‘광폭(狂暴)정치’일 뿐이다. 이런 세습독재 체제의 안정화를 돕는 것은 결국 2400만 북한 주민의 공포를 키우는 일임을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자유와 민주의 햇살이 세계를 비추는데, 우리 민족의 절반이 갇혀 있는 북녘은 언제까지 암흑 세계여야 하는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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