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어트겅체첵 담딘슈렌]설날을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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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한국과 몽골의 관계를 생각할 때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두 나라는 13세기 고려와 몽골의 인연으로 관계를 맺어 오다 15세기 이후 700여 년간 단절됐다. 그러다 1990년 수교를 통해 다시 경제, 사회 전반에서 폭넓은 교류를 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 않지만 혈통적으로 뿌리가 연계돼 있다. 언어학적 측면에서도 몽골어는 동북아시아 언어들 중 한국어와 가장 유사한 점이 많다. 농경과 유목이라는 상이한 사회 구조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전통문화에 공통점이 상당하다. 특히 가족문화가 그렇다. 나이 많은 어른을 공경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효 문화는 거의 같다. 두 사회 모두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가 명확하고, 손님을 맞아 대접하는 문화도 발달돼 있다.

양국의 닮은꼴 문화는 최고의 명절인 설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과 몽골은 세계에서 음력설을 쇠는 몇 안 되는 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음력설을 쇠면서 새해를 축복하고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풍습은 두 나라가 정말 똑같다. 몽골에서도 가족, 친지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어른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한국의 설날인 음력 1월 1일이 올해는 1월에 있다. 태음력을 사용하는 몽골의 설날은 올해 2월에 있다. 몽골의 태음력으로 1월 1일은 ‘차간사르’라고 한다. 하얀 달이란 뜻으로 흰색은 길상, 풍부, 순결을 상징한다. 몽골인에게 차간사르는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자 최대 길일이다. 이날 한 해의 집 운이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에 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무엇보다 새해가 되기 전에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명절이기도 하다. 가난한 집은 돈을 빌려서라도 설 준비를 하고, 잘사는 집은 외국에서 선물을 사오기도 한다. 설을 잘 치러야 한 해 동안 넉넉하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끼니때마다 조금씩 배부르고, 차간사르에는 한 번에 배가 부른다’, ‘있는 것을 다 털어서 바닥이 난다’ 등 한꺼번에 다 써버리는 설을 빗대는 말들이 있을 정도다. 한국인들도 설날 손님 준비에 공을 들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도 명절 선물에 신경을 많이 쓴다. 몽골인들과 비슷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새해 덕담을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설 풍경도 비슷하다. 몽골인들은 새해 첫날 모자를 단정히 쓰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우유로 만든 차갈락이라는 흰색 음식을 먹는다.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인들도 새해 첫날 설빔을 입고 세배를 한다. 또 하얀 쌀로 만든 떡국을 먹는데 그 속에서 몽골의 풍습과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는 예쁘게 포장된 설 선물이 가득하다. 한국의 설 문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아무리 길이 막히고 힘들어도 가족 친지와 설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는 모습이다. 아이들에게 새 옷을 입히고 차 안 가득 음식과 선물을 싣고 떠나는 귀향 행렬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피곤할 수도 있는 명절이지만, 정성껏 준비하고 마음을 담아 대접하는 풍습은 서로의 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서로에게 건네는 덕담은 정감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몽골을 떠나와 한국에 살면서도 설날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건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몽골의 설날 풍경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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