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표류하는 것을 보면 정부와 국회, 군(軍)이 점증하는 안보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동중국해 순찰에 3000t급 최신 순찰함(하이젠 50호)을 투입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 순찰함이 이어도 부근 해역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과거에는 이어도 주변에 1000t급 관공선을 보내 우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가 정식 취역을 앞두고 있다. 홍콩 언론은 “중국 최고위층의 결정에 달렸지만 올해 초에도 취역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어선들이 집단으로 불법조업을 하는 우리 서해와 남해에 중국 항공모함과 대형 순찰함이 출현해 노골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일본의 해군력 강화 역시 구경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미 이지스함 6척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올해 안에 2만 t급 헬기 탑재 호위함 건조에 착수한다. 중국과 일본의 무력시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군력 증강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시급하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소수 반대세력의 집단 시위와 방해로 공사 진척도가 당초 목표 33%에 못 미치는 23%에 그쳤다. 더구나 작년 말 국회가 기지 건설 예산의 96%인 1278억 원을 삭감하는 바람에 2015년 완공이 어렵게 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삭감 경위다. 지난해 5월 제주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평화포럼’의 공동대표였던 이용선 씨가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돼 사업비 전액 삭감을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한나라당은 야당에 휘둘려 삭감에 동의해줬다. 명색이 집권당이면서 이처럼 안이하게 안보 문제를 다루니 뜻있는 국민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해군력 강화는 바다와 영토 수호를 위해 필수다. 해군은 올해 방위력 개선 예산으로 2조6169억 원을 요청했으나 1600억 원이 깎였다. 이런 식이라면 중국 일본과 우리의 해군력 격차는 더 현격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해군이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3000t급 중잠수함 확보가 절실하다. 한국형 구축함과 이지스함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국회와 군이 잘해야 하지만 국민도 안보관을 가다듬고 여론으로 응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