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중학생 자살 19일 만에 입 연 전교조 “네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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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남윤서 교육복지부 기자
남윤서 교육복지부 기자
“1%만을 위한 경쟁교육, 모두를 위한 협력교육으로 바꿔야 아이들이 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8일 내놓은 ‘학교폭력에 대한 전교조 입장’ 보도자료의 도입부다. 대구의 중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고 19일이 지난 후 나온 전교조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전교조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 학교폭력 문제가 학생인권조례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전교조가 몸을 사린다는 ‘분석’까지 흘러나왔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던 듯하다. 공식 성명조차 내지 않는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최근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학교폭력 토론회에서 “거시적 담론을 하면서 학교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19일 동안 뜸을 들였기에 건설적인 해법이 나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전교조의 공식 입장은 ‘학교폭력의 원인은 경쟁교육에 있다’였다. 해법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제고사·자사고 폐지’ ‘학교인권법 제정’ 등을 언급했다. “MB 교육정책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지쳤다. 교사 학부모를 위한 복지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이들의 주장이 오롯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학교폭력을 쉬쉬하며 적극 대응하지 않았던 교사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고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반성의 전부였다.

사실 전교조만 그랬던 건 아니다. 전교조와 더불어 교원단체의 양대 산맥으로 분류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교총은 지난해 12월 28일 교원의 징계권한 강화, 남성 교사 증원, 상담시설 확충 등 학교폭력 대책을 제안했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지도에 방해가 된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기반성은 없었다.

이러니 교원단체의 책임 떠넘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는 “더는 교사들을 믿을 수 없어 시민단체가 주도해 학교폭력 근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폭력의 책임이 교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만 외치는 것은 교사의 자세가 아니다.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세히, 오래 관찰할 수 있는 교사들은 아이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아파해야’ 한다. 교원단체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씁쓸한 이유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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