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이 없는 대표적인 직종은 자영업이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는 자영농의 경우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고 소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덜 거둔 만큼 덜 쓰는 것으로 만족하면 큰 문제는 없다. 꼭 전성기 때의 수확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 일하면 된다. 정년 이후를 걱정하는 직장인이 많다. 직장에서도 나이 들어 생산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덜 받고 건강이 허용할 때까지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생산성은 34세 이하의 1.8배 수준이다. 임금은 3배쯤 된다(2005년 기준). 경험이 쌓일수록 일을 잘하긴 하지만 임금 상승이 생산성 향상 속도를 꽤 앞지른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기업은 고령 근로자를 내보내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정년 연장은 더 힘든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임금피크제다. 일정 연령이 넘으면 급여를 깎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준다. 국내에서도 금융업계나 공기업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통 큰 양보’를 해야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은퇴 이후에 비영리 공익기관에서 주로 제공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로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나 해당된다. 정말 심각한 것은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세상에서 은퇴 후에도 근로수입이 꼭 필요한 노년무전(老年無錢) 계층이다. 연금이 있다고 해도 넉넉하지 않으며, 정년퇴직과 연금수령 시점 사이에 몇 년 동안의 공백이 있다.
▷롯데마트가 올해부터 56∼60세 은퇴자를 연간 1000명 가량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60세까지는 ‘시니어 사원’이라는 직군에 소속돼 인터넷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골라 배송처로 보내주는 ‘온라인 피커’, 계산수납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 61세가 되면 고객안내, 물품안내, 사무업무 단순 보조를 하는 ‘실버 사원’으로 전환해 체력에 따라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내달 1일부터 전국 95개 점포별로 수시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롯데마트의 노인 배려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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