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 분식결산의 피해자는 지역주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감사원의 ‘지방재정건전성 진단·점검’ 결과 분식결산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경기 화성시는 2009∼2010년 세입예산에서 경기도 재정보전금, 개발부담금 등을 2566억 원 과다 계상하고 2010년 세출 예산에서 사업비 653억 원을 누락했다. 시장 공약사업을 위해 가용 재원을 부풀리려고 한 일이었다. 연말에 결손이 나자 다음 해 재정보전금 수입을 세입으로 당겨 잡아 구멍을 메웠다. 결산서는 흑자로 조작됐다.

감사원은 경기 성남시가 2010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지방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감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걱정했던 대로였다. 지방재정 규모는 1995년 47조 원에서 2010년 141조 원으로 부풀었지만, 재정자립도는 2001년 57.6%에서 2010년 52.2%로 계속 악화하는 추세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방채무도 2008년 19조 원에서 2010년에는 1.5배 규모인 29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번 감사 대상 지자체 49곳 가운데 인천 천안 시흥 등 6곳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을 정도로 빚이 쌓여 있다. 지자체가 사업 타당성과 가용 재원을 따지지 않고 초대형 건설사업이나 이벤트성 축제 등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우이∼신설 경전철 건설,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신설, 충남 천안시의 민속주 전시체험관 건립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예산의 부당 편성이나 결산 조작이 이뤄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전 화성시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배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법규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 행정안전부 등에 징계를 요구한 공무원도 14명에 이른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엄하게 처벌하고, 국가는 이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 구상(求償)해야 한다.

지방재정이 낭비되고 큰 빚에 짓눌리면 해당 지자체는 꼭 필요한 사업이 있어도 쉽게 손을 댈 수 없다. 지자체의 빚은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다.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유권자들은 선거 때 혀끝에 달콤한 선심 공약인지, 지역의 장기 미래를 위한 올바른 비전인지를 밝은 눈으로 가려야 한다. 지방정치에서도 공약의 타당성을 살피는 검증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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