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려야 할 박정희, 保守해야 할 박정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1962년 1월 13일 박정희 군사정권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지 50년을 맞는다. 1961년 82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 2만4000달러(추정치)로 300배 가까이 뛰었다. 북한은 1960년 국민소득이 137달러로 우리보다 앞섰지만 지금 한국의 경제규모는 북한의 40배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빼놓고는 한국의 경제신화를 설명할 수 없다. 세계은행이 ‘고도성장을 이루는 데 국가 역할이 중요했다’고 인정한 바로 ‘개발주의’ 경제였다. 그 결과 1961년 수출은 미미했고 필요한 달러는 대부분 해외원조로 충당했던 우리 경제가 지난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연간 무역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1996년까지 7차에 걸친 5개년 계획으로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집중, 소득분배 악화, 노사갈등 등 오늘날까지 드리워진 양극화의 그늘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제성장을 앞세운 장기집권과 민주주의 후퇴, 언론과 인권 탄압 역시 부정적 유산이다. 그러나 독재에 대한 비판에만 매몰돼, 민족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수천 년 지속된 가난을 극복한 기적의 역사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캔두(can-do)정신을 국민에게 불어넣어 국운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는 인도가 공업진흥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 끝에 구성원들의 ‘경제 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가 경제개발의 관건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승만, 장면 정부 시절에도 7개년, 5개년 개발계획을 입안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박정희만큼 강력한 자립정신을 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70년 박 대통령은 ‘근면 자조 협동’을 선창하며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3만3267개 마을에 공공사업을 위한 시멘트를 300여 포대씩 무료로 공급한 뒤 스스로 성과를 낸 마을엔 더 지원하되 자립 의지가 결여된 마을은 제외시켰다. 하루 세 끼 먹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땀과 눈물로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지금 세대가 가볍게 평가해선 안 된다.

2012년에 1960, 70년대의 계획경제 개발모델을 답습할 수 없다. 그래서 박정희 방식의 적지 않은 부분은 버려야 한다. 그러나 박정희를 비롯한 선배 세대가 ‘하면 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현했던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오늘에도 살려 나가야만 우리의 미래가 밝다. 지금이야말로 박정희 정신을 보수(保守)해 새롭게 구현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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