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민단체와 야5당이 단일 후보를 내 시장(市長)을 당선시킨 경기 고양시에서 시민단체 대표가 시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박평수 환경운동연합 고양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8일간 선진국의 ‘바이오매스 시설’을 견학한다는 명목으로 시 공무원들과 함께 독일과 일본을 둘러봤다. 박 위원장의 경비 490만 원은 모두 고양시가 시 예산으로 부담했다.
제3섹터라고 불리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는 정치권력(정부)과 경제권력(기업)으로부터 독립해 그 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명분을 따질 것도 없이 시민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시가 제공하는 돈으로 해외를 다녀온 것은 시민단체의 생명인 독립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특정인을 시장에 당선시키고 그 대가를 챙기는 단체는 이미 시민단체가 아니다.
진보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의 많은 활동가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와 여당의 공직을 꿰차고 권력 비판자에서 권력자로 변신했다. 참여연대 간부를 지낸 사람 중 150여 명이 노무현 정권에서 정부와 산하 위원회에서 일했다. 권력과 한통속이 됐던 시민단체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밀려나자 다시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야권연대에 목을 매고 있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권력 창출에 개입했다. 작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 참여연대 출신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은 시민단체 사람들을 더욱 고무시켰을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 후보의 위력을 확인한 야권은 올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 협상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출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 봉사하는 활동을 하기보다는 정치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거나 정치와 유착해 권력의 단맛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시민운동의 타락이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치편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일 때 시민은 소외된다. 권력 참여에 골몰하는 시민단체는 정당의 위성조직이며, 시민의 이름을 팔아 시민의 권리를 가로채는 존재다. 건전하지 못한 시민단체와 유착한 정치인을 선거에서 걸러내는 것이 진짜 시민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