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0일 열렸다. 신인 작가 8명이 가족과 심사위원, 선배 문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문단에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시상식을 취재하던 기자는 행사가 끝난 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영화평론 당선자인 김정(본명 김혜란) 씨가 수줍게 작은 쇼핑백을 건넨 것. 여러 차례 사양했지만 결국 회사로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
쇼핑백 안에는 볼펜 한 자루와 정갈하게 써내려 간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2011년 12월, 수상 소식을 전해 주시던 날의 기억을 아마도 저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정 기자님의 일처럼 순도 높고 밀도 가득한 축하를 전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후일, 기회가 닿는 대로 꼭 결초보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 어린 편지에 고마움이 앞섰다. 문학담당 기자로서 이번 신춘문예를 시작부터 끝까지 진행했지만 이런 정성스러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편지를 읽으면서 두 달 동안의 신춘문예 일정이 머리를 스쳤다.
올해는 2426명이 모두 7047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28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하는 과정을 돕고, 당선자를 확인해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시상식을 준비하느라 기자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도 당선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던 순간을 생각하면 묵은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 오는 당선자들의 환희, 당선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환호성, “정말이에요?”를 연발하며 울먹이던 목소리…. 당선자뿐만 아니라 기자에게도 잊지 못할, 행복하고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책의 위기이고, 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신춘문예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사람과 삶, 문학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절실하고 간곡한 것임도 확인했다.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수많은 무명의 문청(文靑)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질 만능주의의 폐해와 인간성 상실, 끔찍한 범죄 등 숱한 문제가 있지만 이 사회가 유지되는 데는 이처럼 푸른 마음의 문청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 올해 만났던 당선자들과 그들이 쓴 새 작품으로, 새 책으로 만날 날을 기대한다. 그때는 김정 씨가 수줍게 건넨 볼펜을 들고 가서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다시 취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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