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포항수학연구소가 6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하는 국제 겨울학교의 주제는 ‘버츠와 스위너턴다이어(BSD) 가설’이다. 타원곡선을 유리수로 정의하는 방정식의 해답이 유한한가, 무한한가를 밝히는 문제다. BSD 가설은 1965년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수학자 브라이언 버츠와 피터 스위너턴다이어가 만든 가설이다. 클레이수학연구소(CMI)가 문제를 푼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제공하는 ‘밀레니엄 7개 문제’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정수론의 세계적 권위자 존 코츠 포스텍 석학교수는 “정수론에서 중국의 부상이 놀랍다”고 말했다. 일본은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가 3명이나 되는 ‘수학 강국’이지만 중국이 일본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우주개발에 나선 중국의 저력이 탄탄한 기초학문에서 나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9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1, 2위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왜 필즈상 수상자가 없을까.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로 짜인 입시수학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수학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학문일 뿐, 진정으로 수학을 즐기고 이해하는 사람이 드문 까닭이다. 수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로고스(수학정신)의 결여가 우리나라의 일류국가로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화보다 폭력을, 토론보다 촛불시위를 앞세우는 사회풍토는 우리 수학 수준이 낮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오비린대 수학과 요시자와 미쓰오 교수는 일본 전역의 초중고교 100여 곳에서 교과서에 없는 친근한 소재로 수학을 강의했다. 그는 “잘하고 싶다면 먼저 좋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시자와 교수가 쓴 ‘햄버거보다 맛있는 수학이야기’(블루엘리펀트 출간)는 생일 알아맞히기 게임, 거듭제곱의 마술, 바닥 채우기 등을 통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를 알려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 교육을 문제풀이에서 개념원리와 스토리텔링을 강화한 내용으로 전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수학을 재미로 배운 새로운 세대가 ‘100만 달러 문제’를 풀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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