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핵 억제 국제공조, 원유수입 불안은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중동 산유국들이 몰려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함대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란을 제재하기 위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켜 이란산(産) 원유(原油)에 대해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차량폭탄 테러로 30대 초반의 핵(核)과학자가 암살됐다. 2007년 이후 네 번째 핵과학자 피살이다.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공조설이 나돈다.

유럽연합(EU)은 23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고, 일본도 이란 핵 억제를 위한 국제공조에 가세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이란산 원유 금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면서도 올해 1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이란과 맺은 ‘에너지 동맹’을 깰 수 있다는 신호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핵 확산방지는 세계 평화와 테러 방지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이다.

이란은 지난 40년 동안 건설·플랜트 수주 시장에서 한국의 중요한 교역 대상국이었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비중은 9.8%(8260만 배럴)였다. 하지만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2006년 이후 유엔은 네 차례나 이란을 제재했고 미국은 2010년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거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2010년 8.3%에서 2011년 9.8%로 높였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중동 산유국보다 배럴당 3∼6달러 정도 싸다고 해도 이제는 수입 다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내 유가 불안과 폭등은 막아야 한다. 현재 2억 배럴 정도의 비축유가 확보돼 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 국방수권법에 ‘비중 있는 규모로 수입량을 줄일 경우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면서 대체 원유 수입의 안정적 확보에 국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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