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도사업도 코레일 독점 깰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동해선의 한 기차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3명에 불과하다. 인근 주민은 가고 싶은 곳에 제대로 데려다 주지 못하는 기차를 굳이 이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시외버스를 탄다. 하지만 이 역에도 역장 등 역무원은 6명이나 있다. 당연히 적자 운영이다. 전국 639개 역 가운데 하루 이용객이 10명 이하인 곳이 60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교통 환경의 변화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이들 역을 없애고 싶지만 노조 눈치를 보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철도의 경영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25개 민간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토부는 2015년 초 개통 예정인 수서∼목포, 수서∼부산 간 고속철도(KTX)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겨 코레일과의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된 후 116년 만에 철도 독점이 깨진다. 그러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 방침을 수정하겠다”고 밝혀 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코레일은 부채 10조 원, 매년 적자 규모 6000억 원으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1km당 운영인력은 8.9명으로 일본 6.4명, 프랑스 4.6명보다 많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2007년부터 5년간 22% 올랐다. 방만 경영의 타성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과 노조는 반대하고 있지만 철도 역시 경영효율화 요구를 피해갈 수 없다. 교통연구원은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서비스가 개선되고 요금은 최대 20%가량 내려가면서 코레일의 적자 운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코레일은 ‘흑자인 고속철도에만 민간이 들어오면 적자 벽지노선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한다. 현재 정부는 코레일의 벽지노선에 연 3000억 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앞으로 벽지 주민의 교통은 완행열차 대신에 값싸고 편리한 시외버스에 대한 보조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철도 독점의 폐해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철도 운영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있다. 일본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했으며 미국 철도는 모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 우리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도 운송 시장에 민간참여 규정을 두고 있다. 통신 항공 방송 등도 예전에는 국영 독점이었으나 민간의 참여로 지금의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는가. 철도라고 해서 변화의 무풍(無風)지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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