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의 직접적 피해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검찰개혁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다. 한 전 총리와 함께 정치검사, 편파검찰을 국민검사, 공정검찰로 만들겠다.”
12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는 이색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단 위엔 민주통합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한 전 총리와 박성수 전 울산지검 형사1부장, 백혜련 전 대구지검 검사가 함께 섰다. 며칠 전까지 현직 검사였던 두 사람이 ‘검찰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한 전 총리를 지지하면서 민주당 입당 의사를 밝힌 것이다.
두 전직 검사는 검찰을 떠난 이유에 대해 “현 정부 들어 검찰은 다시 정권의 파수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편파적이고 무리한 한 전 총리 기소는 검찰이 지방선거(2010년 6월)에 영향을 미치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검찰이 위기에 내몰려 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수사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건은 수사하는 족족 무죄가 나고 있다. 최근엔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재임 시절,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이국철 SLS그룹 회장 등과 부적절한 저녁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직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총선 때마다 많은 검사들이 ‘검찰의 정치 편향’을 문제 삼으며 그동안 잘 다니던 검찰을 때리고 흠집 내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일이 되풀이돼 왔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법무부 검사였던 2003년 6월 “노무현 정부 들어 사려 깊지 않은 검찰 인물군의 정치적 득세를 지켜보며 갑갑증에 시달렸다”며 사표를 낸 뒤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구속)은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였던 2000년 7월 “모 국회의원 수사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중단 지시를 내렸다”며 외압설을 제기한 뒤 한나라당으로 갔다. 이 밖에도 수많은 검사가 비슷한 방식으로 정치권에 들어갔지만, 이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무슨 성과를 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진정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생각한다면 현직에 있을 때 피를 토하는 심정과 결기로 개혁과 쇄신을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한다. 조직 안에서는 가만있다가, 떠나자마자 ‘친정’을 때리고 욕해서는 ‘먹던 우물에 침 뱉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입신양명을 위해 선후배, 동료를 ‘정치검찰’로 낙인찍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정치검찰’이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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