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다가온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 참가자가 40만 명을 넘었다. 모바일 투표 결과가 민주당 당권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지만 모바일 투표를 평균적인 국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 응집력이 강한 세력이 모바일 표심(票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을 포함해 YMCA, 정봉주 팬카페, 노무현 재단, 문성근 씨가 이끄는 국민의 명령,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팬들이 모바일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단체는 특정인의 팬클럽 성격이 강한 편이다.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수는 17만 명이다. 국민의 명령 회원도 20만 명에 이른다.
특정 팬클럽이 막강한 모바일 영향력을 앞세워 여론 흐름을 이끌면 민주당 당원이나 전통적 지지자들은 소외되기 쉽다. 한 표가 아쉬운 당권 주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정책보다는 선동적 구호에 끌려들 것이다. 모바일에 강한 젊은 세대가 과다(過多) 대표되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한나라당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에 흔들리는 상황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코레일 운영에 민간기업을 참여시켜 경영효율을 높이자는 정부 정책에 “트위터 등 SNS에 정부 방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자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인터넷 여론전에서 야당에 뒤지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괴담(怪談)이 사이버 여론을 뒤흔들었을 때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총선 후보자 공천 기준에 ‘SNS 활용지수’를 반영하기로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자주 활용하는 후보자에게 공천 때 가점을 주겠다는 것인데 정작 중요한 소통의 콘텐츠는 빠져 있다. 사정이 급해 허둥거린다고 인터넷 여론이 호응할지도 의문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유권자의 뜻을 좇는 대리인(delegate)이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유권자를 이끄는 수탁자(trustee)의 기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정당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고 말한 것도 정당의 선도(leading)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모바일 팬클럽 정치가 기성 정치권을 바꾸는 쇄신 모델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