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자녀 훈육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킨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미국판 ‘극성 엄마’라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극성 아빠’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지만 두 딸의 학교행사에는 꼭 참석한다. 그는 2010년 1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함께 백악관에서 건강보험 개혁방안을 논의하다가 큰딸의 음악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떠나 구설수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해 두 번씩이나 출입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백악관을 비워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2010년 4월 큰딸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그리고 얼마 전(14일)에는 둘째 딸 사샤의 농구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좋은 아빠, 훌륭한 남편이 되기 위해 대통령이 된 거냐”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만 교육에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엄마의 희생과 사랑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개인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한국의 아버지들 중에는 자녀의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교원평가에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지만 담임교사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평가는 불가능하다. 자녀에게 선생님에 대한 인상을 물어 평가하다 보면 인상평가가 되고 만다. ‘왕따’와 폭력 예방을 위해서도 학부모가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직장 때문에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특히 맞벌이의 고통이 크다. 지난해 친구들의 따돌림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대구 중학생 부모도 교사였다.
▷학부모들이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 교사상담 공개수업 등 자녀 학교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제’가 추진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73.1%의 학부모가 찬성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직원이 자녀의 학교행사가 있을 때마다 유급(有給)휴가를 낸다면 회사에서 난색을 표시할 것이다. 일반휴가를 하루쯤 떼어내 자녀의 학교 방문에 활용하면 자녀와의 소통, 학교와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녀 걱정이 그만큼 줄어들면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도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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