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반복되는 한국 경제의 모토는 ‘수출’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수출을 해야 했고, 불황 극복을 위해서도 수출이 필요했다. 실제로 수출과 무역의 지속적인 성장은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사건들은 국제 무역, 즉 외국과의 상품시장 연계가 아니라 외국과의 금융시장 연계에서 비롯되었다. 한국 경제의 최악의 경험인 1997년 외환위기, 그 이후 최대의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을 경험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상당 부분 외국과의 금융시장 연계에서 비롯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국제 금융자산 교역은 국제 상품교역에 비해 생소하다. 한국이 국제 자본 이동과 국제 금융자산 교역에 대한 본격적인 자유화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이다. 이후 한국의 금융자산 교역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지난 16년 동안 한국의 외국 금융자산 소유액은 8배 이상 증가했고, 외국의 한국 금융자산 소유액도 7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자산의 교역이 급증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금융 세계화(financial globaliz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외국에 유리한 이상한 투자구조
국제 금융자산 거래는 한국 경제와 한국인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0년대 해외 펀드 열풍으로 한국인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펀드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 펀드를 공격적으로 매수하였던 적이 있고, 이후 외국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외국 자본이 한국의 주요 기업, 부동산들을 헐값에 매수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 은행들은 대규모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국제 자본이 급격히 밀려오고 썰물처럼 빠져나감에 따라 한국의 외환시장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했고, 금융위기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위기를 겪으며 한국의 정책 당국은 국제 금융자산 거래, 국제 자본 이동의 급증이 한국 경제에 급격한 변동성과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했다. 위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외환 보유액 축적, 각종 거시 건전성 규제 도입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적절하였고, 최근의 미국과 유럽 재정 위기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 금융자산 거래의 본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 검토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국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히 구성되었는지, 즉 한국의 외국 금융자산 매입과 외국의 한국 금융자산 매입이 급증했는데 현재의 상황이 한국이라는 투자자에게 최적의 상황인지, 한국이 수많은 해외 금융자산 중 적재적소에 적정량을 투자하고 있는지, 한국의 금융자산을 적정 수준 매도하였는지, 해외 금융 차입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는지.
이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해본 적이 없는 한국은 현재 상황이 최적인지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한국이 매입한 외국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외환보유액을 포함하여 채권과 같은 고정 수익을 주는 금융자산인 반면 외국이 매입한 한국의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주식 등 한국 경제의 성과와 비례하는 지분증권이다. 한국이 위험 기피 성향이 큰 투자자라면 이러한 상황이 정당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의 구조는 한국이 외국에 평균적으로 수익을 지불하는 구조다. 즉, 이자율이 낮은 선진국 채권에 주로 투자한 한국은 고정적이지만 적은 이자만 받을 수 있는 반면 평균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한국 경제에 지분 투자한 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한국의 경상수지가 대부분 흑자였고, 이런 흑자로 해외 금융자산을 순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인 한국의 국제투자 포지션(한국이 매입한 외국 자산과 외국이 매입한 한국 자산의 차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정성 확보위해 더 노력해야
향후에도 한국의 수출과 상품무역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지만 한국의 국제 금융자산 거래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도 수출과 무역 증진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나 국제 금융자산 거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융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 세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더 많은 편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한국 경제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