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검찰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그제 전당대회 연설에서 “검찰의 지난 4년간의 정치적 행태와 수사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재임 시 5만 달러를 수뢰한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별건으로 기소된 9억 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1심에서 무죄가 났다. 하지만 아직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을 손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재판에 계류 중인 형사사건의 피고인으로서 또 다른 당사자인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대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사장 직선제 도입 등을 검찰 개혁의 과제로 내걸었다. 검사장 직선제는 개헌을 해야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수부 폐지나 공수처 신설은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한풀이나 압박용으로 변질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길들이기’다.
야권에 불리한 사법처리를 모두 검찰의 정치화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 정봉주 전 의원이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된 것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정치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 전 의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5회째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김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이성을 상실한 탄압”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상적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정치검찰이나 야당탄압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시대에 의사당에 최루탄을 던진 것이 무슨 의사(義士)나 열사(烈士)의 구국 거사라도 된단 말인가.
검찰은 한 대표 사건을 비롯해 무죄판결이 잇따르는 데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무죄판결이 나왔다. 수사능력이 부족한지, 애당초 정치적 의도로 수사와 기소를 무리하게 강행한 탓인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검찰을 흔드는 바람은 권력을 잡은 쪽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불어간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법의 집행자로 바로 설 때 외풍(外風)을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