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털 사이트에 넘쳐나는 엉터리 지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남한에서는 어떠한 형식의 토지개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네이버 지식iN) “미국에서는 24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다음 지식) 네이버와 다음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프로그램에서 토지개혁이나 광우병 관련 질문을 하면 이와 같은 잘못된 내용이 뜬다. 남한은 농지개혁법에 따라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농지개혁을 했고, 미국은 가공식품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넣는다는 ‘사실’은 수많은 답변과 뒤섞여 있어 알아내기 힘들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가 한국 현대사 주요 사건 18개와 역대 대통령 3인과 관련해 상위 10개 질문에 대한 모든 답변을 분석했더니 네이버는 41%, 다음은 37%가 사실관계의 오류, 불확실한 정보, 이념적 편향성 등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의 지식검색 프로그램은 초중고교생들이 숙제할 때는 물론이고 대학생들도 리포트를 작성할 때 찾아본다. 지식검색 사이트 중 82%를 점유하는 네이버 지식검색은 2009년 기준 평균 시간당 방문자가 688만4406명이나 된다. 이용자들도 58%가 검색 내용을 신뢰한다고 답하고 있다.

정신대와 관련해 “퍼날라 주세요. 이명박이 정신대와 강제징용을 용서한다고 일본 문서에 공식 서약했습니다” 같은 사실무근의 내용이 떠있는가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논술 100점 전략입니다. FTA는 절대 반대로 적으십시오. 특정 대기업들만 이득을 봅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내용이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돼 사고가 덜 여문 학생들의 머릿속을 교란시키는 셈이다. 특히 한미관계와 대북 관련 지식은 반미친북 편향성이 심각해 특정세력이 조직적으로 왜곡된 내용을 전파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사이트에 떠있는 ‘지식’ 10개 중 4개가 잘못돼 있다니 잘못된 지식의 전파를 막기 위해 차라리 폐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포털들은 오류의 검증과 수정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주로 전문가들이 작성에 참여하고, 오류와 왜곡을 거르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포털 기업이 인터넷 인프라를 장악해 돈만 챙기면서 내용은 책임지지 않는다면 불량식품으로 이득을 취하는 업체와 무엇이 다른가. 이용자들도 인터넷 지식 정보의 오류와 왜곡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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