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 때리기 정치’ 투자와 일자리 걱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부활, 고유업종 지정, 법인세 인상 등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다음 달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총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한나라당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 경쟁’으로 이 제도가 되살아난다면 투자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클 것이다.

출총제는 대기업이 순환출자를 통해 실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7년 도입된 제도다. 총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순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는 부작용이 큰 데다 ‘소액주주 권리는 지주회사 규율 강화, 공시 강화 등 다른 방식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2009년 3월 폐지됐다.

출총제 폐지의 필요성은 전부터 제기됐다. 노무현 정권 때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투자 진작을 위해 출총제 폐지를 주장했다. 노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2006년 대통령에게 출총제 폐지 의견을 냈을 정도다. 현 정부도 출총제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2009년 폐지 당시의 논쟁을 되짚어보면 규제의 부당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쟁점은 ‘출총제를 폐지했을 경우 대기업이 투자를 늘릴 것’인지의 여부였다. 폐지하자는 쪽은 대기업들이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게 돼 투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존치하자는 쪽은 폐지해도 대기업이 기존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해 지배권을 강화하려고만 할 뿐 신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폐지하자는 쪽이 옳은 것으로 증명됐다. 출총제 폐지 이후 20대 그룹의 신규 편입 계열사가 2009년 143개, 2010년 115개씩 각각 늘어났다.

최근 부활을 주장하는 쪽에선 “출총제를 폐지했더니 대기업의 계열사가 너무 늘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다”며 규제를 되살리자고 한다. 규제 폐지가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면 걱정할 게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꿩 잡는 게 매다.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겨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대중영합주의의 전형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 현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도 재벌 때리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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