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대사는 2010년 12월 ‘씨앤케이인터내셔널(C&KI)이 추정 매장량 4억2000만 캐럿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외교부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3000원대이던 C&KI 주가는 한때 1만8000원대로 급등했다. 그러나 매장량은 C&KI가 크게 과장한 수치였고, 이 회사는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외교부가 허위 자료를 통해 C&KI의 주가를 띄워준 셈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6월에도 김 대사 주도로 ‘카메룬 정부가 매장량을 공식 인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 대사의 동생과 친인척은 사전에 정보를 알고 C&KI 주식을 사들인 뒤 외교부 발표 이후 팔아 시세 차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통상부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김 대사에게 소관 업무를 맡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직무 정지다. 외교부가 언론에 발표하는 보도자료가 주가 끌어올리기에 이용됐다니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지난해에는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가족이 C&KI로부터 받은 26만여 주의 신주인수권을 처분해 수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조 전 실장은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내기 며칠 전에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그는 퇴직 후 C&KI 계열사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사와 조 전 실장은 비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국무총리실 차장이던 2010년 C&KI의 광산 개발권 획득을 지원하기 위해 카메룬을 방문했다. 당시 ‘실세’로 통하던 그는 동행한 민관(民官) 대표단에게 “여러분뿐 아니라 친구 친인척 누구든 이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사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노라고 저서에 썼지만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말썽 난 이후 출간된 책이라서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기업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나 친인척이 주식을 거래하고 차익(差益)을 얻었다면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자원외교’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 사익(私益)을 노린 투기판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모르고 C&KI의 주식을 샀다가 상투를 잡은 개미 투자자들은 허탈감이 클 것이다. 감사원은 철저한 조사를 거쳐 필요하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건의 실체를 다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