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998년 89.9%에서 2010년 36.0%로 줄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06년 63.4%였던 것을 감안하면 노인 부양 의식이 최근 급속히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령층 가운데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만 사는 가구의 비율은 61.8%나 된다.
“자녀가 부모 부양해야”36%로 급감
이를 가족 해체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족 기능의 변화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가족 규모가 3세대 중심의 대가족에서 2세대 중심의 핵가족으로 변했다. 자녀 수도 과거 5명 이상에서 이제는 2명 혹은 1명으로 줄고, 심지어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만혼화가 진행되고 이혼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 부양이 자녀 책임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해서 ‘부모가 죽든지 살든지 난 모르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비율이 47.4%나 되기 때문이다. 가족 책임이라는 응답은 감소했지만 가족 외에 정부 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공동 책임 답변이 대폭 늘었다. 이는 서유럽 선진국과 같이 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서 정부 혹은 사회로 이동하는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의식이 가족에서 정부와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에 부합되게 우리 정부와 사회가 준비돼 있는지가 문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20%가 안 된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제도가 2008년 도입돼 노인 중 70%가 월 9만 원 안팎의 연금을 받아 무(無)연금사태를 겨우 면했을 뿐이다. 더욱이 노인계층으로 진입할 베이비붐 세대 역시 국민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사람은 30∼5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의 평균 연금액 역시 월 40만 원에 불과해 노후에 필요한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 100세 시대에 대응할 수는 없다. 국가 기업 개인이 적절하게 책임을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혹은 저축을 적절히 배합해 노후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노후 생계비의 60% 이상을 공적연금에 의존해오다 최근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정부 기업 개인이 각각 책임을 분담해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 기업 개인의 분담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는 정답이 없지만,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정부 책임이 높아져야 하고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개인 책임이 높아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를 최저기준, 적정기준, 충분기준으로 나누어 본다면 공적연금은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기업연금으로 적정기준에 맞추고, 개인저축으로 자신의 충분기준에 맞도록 설계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여유 있는 계층에나 적용할 수 있을 뿐 상당수 사람들은 충분하지 않은 국민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용 부담의 상당 부분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공적연금을 높이자고 할 수도 없다.
연금 세제혜택 늘려 노후준비 도와야
국가에서는 연령대별 차별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노인이 된 어르신은 대부분 노후 준비가 돼 있지는 않지만 소비수준이 낮고 자녀도 많아 기초노령연금을 중심으로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노령기에 진입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는 일차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일자리 등 여건을 만들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스스로 늘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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