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그리스 발목 잡는 헤지펀드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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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막고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자들이 벌이는 막바지 협상이 일부 헤지펀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주식 채권 외화 등 각종 파생금융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하는 자본을 말한다.

그리스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지난해 10월 27일 2차 구제금융 제공 협상을 타결하면서 민간 채권단의 손실분담률(PSI)을 50%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은행들(500억 유로), 다른 유럽 은행들(400억 유로), 그리스 사회보장펀드(300억 달러), 유럽의 사회보장회사(150억 유로) 등 민간 채권자들도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채권의 50%만 받겠다는 것이다.

민간 채권자들은 가지고 있는 채권의 액면가를 50%로 깎은 새 채권(쿠폰)을 받고 상환 만기는 20∼30년으로 연장하며 금리는 아직 협상 중이지만 4∼5%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민간 채권단의 총손실 규모는 68%에 이른다.

민간 채권단이 그 같은 손실을 감내하기로 한 것은 그런 노력이 없을 경우 IMF 등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그리스가 3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해 ‘무질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 국채 중 약 500억 유로를 보유한 몇 개의 헤지펀드는 높은 금리의 보상을 하지 않으면 탕감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자신들은 일절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사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악화시켰던 헤지펀드들이 또다시 유럽 경제위기를 악화시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민간 채권단을 대표해 그리스 정부와 채무 탕감 협상을 벌이는 국제금융협회(IIF) 관계자는 채무 삭감에 참여하는 채권자가 일정 수가 되면 헤지펀드 등 일부가 참가하지 않아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보지 않고 다른 채권자들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유지시킨 채권 가격으로 만기가 되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 헤지펀드들은 그리스 위기로 채권 가격이 폭락했을 때 매입한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국채 가격이 폭락했을 때 사서 큰 이윤(fat profit)을 남기려는 헤지펀드의 탐욕이 그리스 구제를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자룡 국제부 ㄱ
구자룡 국제부 ㄱ
모 헤지펀드 관계자는 “IIF도 결국은 골드만삭스나 AIG보험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며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왜 자신들이 비난받았는지, 자신들이 활동하는 공동체를 지켜야 할 책임은 없는지 등을 헤지펀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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