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치매의 국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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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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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노모를 떠나보낸 박모 씨는 아직도 자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치매를 앓던 노모는 하루 중 절반 이상 정신을 놓고 지냈지만 어쩌다 박 씨와 마주하면 몇십 년 전 기억을 되살리며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용변을 못 가릴 만큼 증세가 심해지자 70대 노인인 박 씨 부부는 두 손을 들었다. 노모는 요양원으로 모신 지 반년도 못 돼 세상을 떴다. 중증 치매 노인들과 함께 수용돼 대화가 단절되자 식사량이 줄면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약 9%가 치매를 앓고 있다. 인지기능이 떨어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경도 인지장애 노인은 4명에 1명꼴이다. 치매 환자 10명 중 1명은 40, 50대 중년이다. 치매는 환자의 품위와 삶의 질을 훼손하고 가족에겐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안겨 ‘가정파괴범’으로도 불린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노인 자녀’가 치매 부모를 수발하다 병을 얻기도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연 7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치매를 완치하는 치료제는 없지만 모든 종류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늦춰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치매 증상을 피할 수 없는 노화현상으로 여긴 탓에 치료 시기도 놓치고 진료비도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은 치매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1.4년 만에 진료를 받는데 우리는 두 배에 가까운 2.7년이 걸린다. 최근의 일이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간단한 도구를 다루지 못하는 것 같은 초기 증상이 보이면 곧장 병원을 찾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치매관리법을 공포한 정부가 어제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정부가 직접 치매 예방과 환자 관리를 맡는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통보하면 이들은 매년 치매관리 시행계획을 마련한다. 노인들에게 6개월마다 치매 검진을 해주는 방안도 들어 있다.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가정에는 어떤 복지 정책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선거철 반짝 정책이 아니라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고 덜어주는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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