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정봉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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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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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6000원 정도 하던 교육업체 B사의 주가가 새해 들어 2배 가까이 급등했다. 2010년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적이 있는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의 멘토로 알려진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 ‘BBK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정 씨가 졸지에 스타로 떠오르면서 특정 업체의 주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상인은 정 씨를 거명하며 트위터로 떡을 팔고 있다. 그는 떡 판매금액의 5%를 적립해 매주 정 씨에게 영치금을 보내준다.

▷정 씨는 스스로를 ‘미래권력’이라고 칭한다. 그래서 그의 팬클럽 이름도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다. 정 씨 구속 전 13만여 명이던 팬클럽 회원이 구속 후 급격히 늘어 지금은 19만여 명에 이른다. 미권스의 위력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회원들이 시민선거인단에 대거 참여하자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은 환심을 사기 위해 너도나도 정 씨를 들먹였다. 정 씨 구명을 위한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의 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후보와 산하 위원회를 하나씩 맡은 문성근 박영선 후보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정봉주 마케팅’이 닻을 올렸다. 미권스뿐만 아니라 정 씨가 참여했던 ‘나꼼수’ 방송의 위력을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26일 한명숙 대표 일행이 충남 홍성교도소로 특별면회를 가고 당 차원에서 대책회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2월엔 미권스, 나꼼수 등과 함께 토론회, 결의대회, 봉주버스(면회버스) 운행, 마라톤대회도 열 예정이다. 이쯤 되면 정 씨는 미래권력이 아니라 현재권력인 셈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국회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포죄의 처벌을 어렵게 하면서 사실상 정 씨 개인의 방면을 목적으로 하는 일명 ‘정봉주법’을 제출했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용인하는 희한한 법이다. 차라리 ‘우리 편 무죄법’이 더 어울리는 명칭일 것 같다. 명색이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범법자를 구하겠다고 야단을 떠니 정상이 아니다. 민주당의 행태가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법치가 망가지면 민주당이 집권한들 무슨 수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겠는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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