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은 선거구 줄이는데 우리는 늘리겠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일본 집권 민주당은 중의원 선거구를 300개에서 295개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180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중의원 정원은 480명에서 395명으로 85명(18%) 줄어든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2배까지만 허용한 최고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경제난 극복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정치권도 적극 동참하기 위한 취지다. 국회의원 세비(歲費)도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8% 삭감하기로 했다. 제1 야당인 자민당도 공감하고 있어 여야 합의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치권이 스스로 제 살을 깎는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선거구 통폐합은 배제하고 분구(分區)와 신설만으로 선거구를 현행 245개에서 248개로 늘리는 주성영 의원(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의 방안을 당의 잠정안으로 마련했다. 그 대신 비례대표를 현행 54명에서 51명으로 줄여 국회의원 정원을 299명 그대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선거구와 비례대표 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선거구를 일부 조정하는 안을 정개특위에 냈다. 영남 3곳, 호남 1곳의 선거구를 줄이는 대신 다른 곳에서 4개의 선거구를 늘리겠다는 안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세종시 선거구 신설을 이유로 전체 의원 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 국회의 고비용 저효율은 악명이 높다. ‘폭력국회’ ‘식물국회’라는 질타를 들으면서도 잇속 챙기기에는 여야 모두 적극적이다. 줄여도 시원찮을 세비와 보좌관을 도리어 늘리고, 의원직을 그만두면 65세부터 평생 월 120만 원씩 받는 노후연금까지 챙겼다. 2009년 9월 국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8%가 의원 수 감축에 찬성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국회를 바라보는 민심이 더 싸늘해졌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 대 1로 결정하면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인구편차 2 대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선거구 인구편차는 대체로 2 대 1 이하다. 우리의 인구편차를 2.5 대 1로만 조정해도 선거구 5곳이 준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지도 10년이 넘은 만큼 이제는 인구편차 2 대 1을 적용해 선거구를 줄이고 동시에 의원 정원도 감축하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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