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구자룡]‘다보스 포럼’답지 못한 2012 다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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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구자룡 국제부 기자
구자룡 국제부 기자
인구 11만 명의 작은 도시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1월 하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9일 닷새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예년의 다보스포럼은 ‘(금융)위기 후 세계 질서’(2009년), ‘더 나은 세계 만들기, 다시 생각하고 디자인하고 건설하자’(2010년), ‘새로운 현실의 공통 규범’(2011년) 같은 주제가 보여주듯 ‘글로벌 경제리더’들이 세계화, 기후변화, 소득 불균형 등 지구촌의 현안 해결에 대한 의욕을 다지는 활력 넘치는 토론의 장이었다.

올해 큰 주제는 ‘대전환, 새로운 모델 만들기’. 하지만 올해는 ‘다보스포럼답지 않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첫날 첫 주제가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일 정도로 참가자들은 세계경제 위기에 대해 ‘무력감’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포럼에서 “이제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탄만 했다고 한다.

유럽의 한 펀드매니저는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보다는 질책하는 데만 몰두했다”며 “나는 메르켈 총리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유럽에 가진 지분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자신과 독일에 대한 눈총을 의식한 듯 “우리를 지구촌 경제의 골칫거리로 낙인찍은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책임만 있느냐”며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유로존 위기와 독일의 처신에 대해 “이런 상태로는 계속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은 공개적으로 갈등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다보스의 정신’에서 벗어난다고 WSJ는 덧붙였다. 산적한 과제에 비해 귀중한 충고도 나오지 않고 오히려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만 쏟아져 나왔다는 평가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리들의 참석도 예전보다 줄었다.

포럼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지금 같은 자본주의가 앞으로는 작동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는데, 포럼 자체도 글로벌 경제의 방향타로 작동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닐까. 올해 다보스포럼을 지배한 무력감이 세계경제의 어두운 현주소와 암울한 전망을 반영하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

구자룡 국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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