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자원외교’ 담당자들은 모두 죄인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다.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 등 고위 공무원은 물론이고 실무자들도 씨앤케이(CNK) 사건으로 줄줄이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조만간 검찰 조사도 받게 된다. 30일 외교부가 사상 첫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저개발국을 상대로 한 자원외교를 위해 정부가 핵심 지원수단으로 활용했던 공적개발원조(ODA)도 CNK 파장에 휘말려들고 있다. CNK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내려고 하던 시점에 정부는 카메룬을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카메룬에 대한 무상원조가 급증한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자원외교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CNK 사건으로 정부가 자원외교에 손을 놓은 사이에도 세계 각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광물자원의 3분의 1이 묻혀 있는 아프리카에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이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막대한 금액을 퍼부으며 아프리카의 자원개발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른바 ‘신(新)식민주의’ 논란까지 제기될 정도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원외교는 특성상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리스크가 커 실패 확률도 높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1, 2년 선심 쓴다고 해서 자원보유국이 대뜸 뭘 내주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고도의 기술과 거액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선 정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자원외교가 특정 정치인이나 관료의 ‘업적 쌓기’나 일부 민간기업의 ‘도박’ 거들기가 돼선 안 된다. 정부의 잘못된 조치로 소액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더욱 안 된다.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내고 관련자들은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지만 자원외교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원 빈국(貧國)인 한국에 자원외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지 않은가. 이번 CNK 사건을 계기로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더욱 건강하고 효율적인 자원외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한국의 자원외교는 갈 길이 멀다.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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