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메르코지(Merk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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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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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 경제동맹인 유럽연합(EU)을 만들어낸 기관차로 불린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기관사 역할을 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미테랑은 1992년 EU 통합조약인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 국민투표를 앞두고 반대가 심해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콜은 친구 미테랑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프랑스 TV에 출연해 조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무난히 국민투표를 통과하기까지 독불(獨佛) 정상의 우정과 협력은 오늘날의 EU를 만들어낸 동력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독불 정상 커플이 위기에 빠진 EU 살리기를 주도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틀 전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신(新)재정협약 타결을 이끌었다. 영국이 가끔 딴소리를 하지만 의기투합한 독불 정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메르켈과 사르코지의 이름을 합성한 ‘메르코지(Merkozy)’는 유행어가 됐다. EU를 만들어낸 주역인 독일과 프랑스가 수렁에 빠진 EU의 구원자 역할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다.

▷메르켈은 4월 22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의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거 지원에 나선다. 사르코지는 여론조사에서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계속 뒤져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메르켈은 프랑스로 날아가 사르코지와 함께 합동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의 핵심 측근인 헤르만 그뢰에 기민당 사무총장은 이미 파리 유세에 참석해 “사회당 후보 올랑드의 정책은 유럽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사르코지 지원연설을 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여러 차례 전쟁을 한 앙숙이지만 1963년 샤를 드골과 콘라트 아데나워가 서명한 엘리제 조약을 계기로 갈등을 해소하고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양국 정상은 1년에 최소 두 차례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메르켈은 2009년 11월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9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영원하라 프랑스, 영원하라 독일, 영원하라 프랑스와 독일의 우정”을 외쳤다. 독불 정상의 우정이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하고 세계경제에 도움을 준다면 비(非)유럽권도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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