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득실만 따지는 정개특위’ 혼나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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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총선이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이렇게 걱정했다. 이날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당 간 이해득실 문제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늦어지는 것은 유감”이라며 조속한 법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4·11총선의 선거구를 빨리 획정해달라는 것이다. 1일로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1600여 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해 지역을 누비고 있고 여야 지도부도 이번 주부터 공천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정작 선거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31일 선거법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오전에 여야 간사가 만나 견해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여야는 9일에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처리도 부재자 선거인명부 작성을 이틀 앞둔 ‘데드라인’까지 미루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선출할 선거 준비에 국회는 이처럼 ‘태평(?)’하지만 총선을 관리해야 하는 선관위는 속이 탄다. 이번 총선부터 재외국민선거가 도입돼 선거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재외국민선거를 위해선 11일까지 국외 부재자 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 해 최대한 빨리 선거구가 획정돼야 한다.

국회 의결을 거친 뒤 개정안이 공포되기까지 적어도 10일 이상이 걸린다. 이 사이 현행 선거구에 맞춰 등록한 예비후보들 중 일부는 다시 새로운 선거구에 등록을 해야 하고, 유권자들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가 정개특위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해 11월. 여야가 이렇게 시간에 쫓기게 된 것은 이해당사자인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유불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정당의 이해관계도 팽팽히 맞서 있다.

당리당략 때문에 ‘할일’을 미루는 국회의 구태는 해마다 예산안을 법정 기한을 넘겨 연말에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총선 선거구 획정도 항상 ‘마감’에 촉박해서 졸속으로 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된 지 오래다. 2008년 4·9총선에서도 선거인명부 작성 기간(당시 3월 21일)을 한 달도 남지 않은 2월 29일에야 선거구가 획정됐다. 15대 이후 선거구는 모두 2월 이후에야 획정됐다.

김기현 정치부
김기현 정치부
언제까지 정치인들에게 선거구 획정을 맡겨둬야 할지 답답하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자는 대안이 제기돼 여야 간에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두고볼 일이다. 정치권이 이런 방안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김기현 정치부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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