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1956년 저서 ‘파워엘리트’에서 “미국 사회는 소수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라며 그들은 대부분 남성 와스프(WASP)라고 주장했다. 와스프는 ‘백인-앵글로색슨족(族)-개신교도’를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200대 기업 대부분을 장악했고 정치권력도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와스프는 소수의 이익독점 집단을 비꼬는 표현이 됐다.
▷가톨릭신자인 존 F 케네디가 1960년 제35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와스프 정치 독점의 종언(終焉)을 선언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나는 가톨릭 대선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우연히 가톨릭 신자일 뿐”이라며 종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백인의 백악관 독점이 깨진 것은 2008년이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을 주저앉히고 제44대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를 미국 언론은 ‘검은 케네디’라고 불렀다. 상원의원 출신으로 40대에 대통령이 된 공통점보다는 미국 사회의 ‘비주류’로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상징성에 주목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모르몬교) 신자인 밋 롬니 후보가 큰 표차로 승리했다. 50개 주 경선 가운데 4개를 치렀을 뿐이고 후보확정 대의원 수 1144명 중 롬니가 확보한 대의원은 87명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가에서는 롬니의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졸업장에 매사추세츠 주지사, 유타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베인앤드컴퍼니 최고경영자 등 대선 후보 가운데 이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
▷롬니는 2008년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존 매케인에게 고배를 마셨다. 인물, 경력, 사람 됨됨이, 학력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지만 모르몬교도라는 종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내 소수종교라 할 수 있는 모르몬교에 대해 미국 주류사회가 갖고 있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모르몬교도였던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는 최근 공화당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롬니를 공개 지지했다. 미국인들은 최초의 모르몬교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을까. 역사는 늘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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